2018년11월에 뉴욕타임즈 오피니언에 실린 '8월 생일과 ADHD 진단'이라는 글입니다.

https://www.nytimes.com/2018/11/28/opinion/august-birthdays-adhd.html



처음에 제목을 보고는, 

부모들 사이에서 떠도는 '카더라' 정보에 대한 내용인가 하고 지레짐작했습니다.

칼럼을 읽고는, 깊이 반성했습니다.


의학과 보건학을 전공한 교수들이 몇 가지 근거를 들어,

8월 생인 아이들이 ADHD로 진단받을 확률이 높은 현상을 짚었습니다.

미국에서는 9월에 새학기를 시작하기 때문에,

반에서 월령이 가장 어린 8월 생들이 '주의력이 부족하고 과잉 행동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2월 생들에게 해당하는 이야기입니다.

1월 기준으로 입학 나이를 바꾸기 이전에는 빠른 생에 해당합니다.

 

몇 가지, 고민과 맞닿는 점이 있습니다.

 

 


자료원


임상 현장에서는 이런 상황이 생깁니다.

엄마의 주관적인 보고, 교사의 주관적인 보고, 아이 자신에 대한 스스로의 보고, 임상가의 관찰.

이것들이 일치할 때야 더이상 고민할 것이 없겠지만,

그런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상황을 느끼고 이해하는 개인 차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사람이 언제 어디서나 일관된 모습으로 말하고 행동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대부분은 각각의 조각들을 모아 큰 그림을 그리고,

부모와, 아이와, 내가 그린 그림이 맞는지 맞추어 갑니다.


그런데 그간 접한 교사 보고에는 공통점이 있어요.

아이 개개인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바탕으로 하기 보다는,

얼마나 수업에, 학급 운영(?)에 방해가 되는지를 기준으로 보고하곤 합니다.

대체로 그랬어요.

교사가 추천하면 무료로 심리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연구 사업을 몇 년 했는데,

속으로 우울하거나 걱정이 많은 아이가 교사에 의해서 의뢰되는 일은 드물었습니다.

자폐 성향이 있건, 산만하건, 우울해서 반항하건,

대체로 비슷한 프로파일을 기술하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그 프로파일에서 읽을 수 있는 내용은 '선생님이 힘들다.'일 때가 많지요.


이런 점은 연구 데이터를 볼 때도 고려해야 합니다.

누가 답했는가, 어느 출처에서 얻은 자료들의 관계를 분석하고 있는가,

그래서 이 수치를, 결과를 어떻게 해석할 수 있는가는

가장 처음에 챙겨 보아야 할 내용입니다.



컷오프, 즉, 기준점


사람을, 자료를, 어떤 기준(점)을 두고 묶었을 때,

'묶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혹은 내가 묶지 않았을 때에도,

자료의 패턴을 들여다보고 자료와 대화하면서,

비전형적으로 튀거나 특이한 지점이 없는지 먼저 살펴야 합니다.


예전부터 좋은 통계 선생님들을 만났다고 생각하는데,

선생님들의 말씀이었습니다.

원자료를 충분히 살피고, 그 다음에 가공하고 분석하라고요.


그렇다고 자료를 무한정 늘어놓을 수 없어요.

실제로 다른 기준으로 입학 시기를 정하기도 어렵구요.

그렇다면 보완을 하면 됩니다.

이 기사의 경우라면, 

교실에서 산만한 아이가 월령이 적지 않은지,

의뢰 사유가 월령 때문일 가능성은 없는지, 살피면 되는 것이고,

연구의 경우라면 기술적인 방법으로 분석에 포함할 수 있도록 고민을 해야겠습니다.



의료화(medicalization)


의료화란, 일상적일 수 있는 상태나 문제를 의료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현상을 말합니다.

이미 우리는 태어나고, 늙고, 죽고 하는 생의 과정을 많은 부분 병원에서 해결하고 있지요.

임신으로 '진단'하고, 잠을 자기 위해 '약을 먹고', 폐경을 '치료'합니다.

산만하고 부산스럽고 유난하다는 이야기를 듣던 아이들이

이제는 '진단' 받고 '약을 먹고' '치료' 받습니다.

 

'현상이 있는데 외면하자는 것이냐' 하는 내 안의 물음이

공부하면서 불쑥불쑥 올라왔지만,

현상이 있는 것과, 그 현상을 명명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임을 이제는 이해합니다.


박건우씨가 2016년에 쓴 석사 학위 논문,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의 진단과 처방 양상: 의료화 관점의 해석'은 

우리나라에서의 현상을 잘 보여주었습니다.

ADHD 진단 대상 연령이 확대되어 청소년과 성인기까지 증가하고 있고

수능 직전에 관련 처방이 늘어났다는 결과는 흥미롭고도 씁쓸했습니다.

 



제가 깊이 반성한 이유는,

저부터도 엄마들의 말을 절반은 안 믿었기 때문입니다.

유아기에야 월령이 큰 차이가 나겠지만,

입학 이후에까지 그렇다는 건 핑계가 아니겠냐 하는 마음이 구석에 있었습니다.

불신도 불신지만,

근거를 갖지 않고, 간단하게라도 분석해보지 않고 믿지 않은 점은

연구자로서 부끄러운 일입니다.

 

의학은 객관적인 사실을 기초로 하는 과학이지만,

의료를 둘러싼 인식과 행동은 사회적임을 다시 한번 발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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