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은 잘 자고, 잘 먹고, 잘 놀아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공동육아 어린이집에서 맨날 노는 걸 자랑스러워했고, 우리동네 이사 와서 만족하며 지냈는데, 아이가 클수록 내 눈빛이 흔들리는 순간이 늘어난다.

“엄마 괜찮아. 나 점수 잘 받았어. 80점?”
했던 때가 처음이었던 것 같다.
뭐라? 80점? 잘?
(평균이 90점이던 시험...)
맘껏 놀으라고 해놓고 설마 기본(?)은 하겠지... 하는 기대를 가졌던 거 아닌가... 하는 자기검열이 시작됐고
마음 한 편으로는 ‘아놔 이사 잘못 왔나...’ 싶었다 ㅎㅎ

아이 키가 내 키에 가까워질수록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를 묻는 빈도가 늘어나고,
중학교 진학이 눈앞에 보일 무렵이 되면서부터는 '놀면 된다' 는 주장에 실린 목소리가 쪼그라들려고 한다.
정말로 아이가 무슨 일을 하든 행복하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나?
‘무슨 일’에 다양한 직업을 넣어보면서 점점 자신이 없어진다.

아이 친구 부모들을 만나면 요즘 세상에 꼭 대학에 가지 않아도 된다고 하는 얘기가 자주 들린다.
무척이나 동의한다.
그런데 그 뒤에 붙어오는 짝궁 멘트가 있다.
‘자기가 잘 하는 거 아무거나 찾아서 살면 되지~’
다시 한번 동의한다.
그런데 그 뒤에 반갑지 않은 짝궁도 딸려온다.
‘ㅇㅇㅇ도 있잖아~’
대학은 안 나왔지만 돈과 명성을 다 얻은 유명인들.
오잉.
대학가서 성공해라, 에서
너를 찾아 성공해라, 로 바뀐 것 뿐인가요.

이런저런 생각의 미로를 돌다보면
내 아이를 닦달해서 능력있는 사람으로 만들기보다는 성공하지 않아도 소박하게 먹고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하는 게
확률적으로도 유리하고 윤리적으로도 적당하다는 생각에 도착한다.

도전하고 싶을 때 도전하고 실패해도 일어설 수 있고 공부하고 싶을 때 공부할 수 있는 그런 환경.

그 와중에 내가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건 든든한 정서적 지지라고 마음 먹고, 가르쳐주고 싶은 건 딱 세 가지로 정리했다.
책 읽는 습관, 운동 한 가지, 외국어 하나.

무엇하나 미리 한 것 없고 이제 시작이지만, 아직은 방학 계획이 ‘취침, 뒹굴기, 아점, 놀기, 저녁밥’인 아이지만, 매일매일 즐겁게 놀고 있지만,
내가 먼저 내 인생을 즐겁게 살면 아이도 ‘바람풍’ 할 거라 기대하면서 중심을 잡으려 애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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