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좀 혼란스러워서 그런데요......
그럼 저희 아이는 완치될 수 없는 건가요...?"
아버님께서 얼굴 가득 답답함을 담고 말씀하셨습니다.
어렸을 때 ADHD(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진단을 받고
이제는 성인이 된 아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해주어야 할 지 모르겠다셔서 만나 뵈었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모은 학교 기록, 진료 기록, 영상, 사진을 챙겨서 가져오셨습니다.
사정 상 당사자를 직접 만나지 못했는데,
어떤 생활을 해왔는지, 부모님이나 선생님과 어떤 관계인지 대략 파악할 수 있었고,
아버님께서도 질문에 자세하게 답변해 주셨습니다.
부모님께서는 아이의 '증상'이 없어지길 바라셨고,
약 처방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제일 먼저 물으셨습니다.
경우에 따라 필요하면 약을 처방 받아 복용할 수 있고, 전문의와 상의하면 됩니다만,
ADHD 진단을 받은 당사자 혹은 부모님들께 약물 복용에 대해 안내하는 내용이 몇 가지 있습니다.
전문가나 약에 끌려가지 않고 내가(혹은 나와 가족이)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
그리고 당사자의 삶(자존감, 학교 생활, 친구 관계, 학업 성취, 부모와의 관계 등등)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
당사자와 함께 상의해서 결정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학생에게 집중력이 필요한 이유는
수업 시간에 돌아다니지 않고 착석을 해서 배우기 위함이지,
선생님 기분을 나쁘지 않게 하기 위해서나 남들과 똑같아지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작곡가에게 집중력이 필요한 이유는
의뢰인의 요구를 경청해서 정리하고 작업에 집중하여, 결과물을 내고 한 사람으로 독립해서 살기 위함이지,
악기 앞에 오래 앉아있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학생이나 작곡가가 잘 배우기 위해서, 좋은 곡을 만들기 위해서 어떤 방법을 선택했다면 문제되지 않을 것들이,
부모에 의해, 교사에 의해, 의사에 의해, 사회에 의해 강제되는 순간,
당사자는 '나'에 대해 의심하게 됩니다.
아버님의 아들은 여러 가지 재주가 있었고, 똑똑했고,
부모님은 지지적이셨습니다.
'잘 살' 수 있는 여러 가지 자원이 있는데 어려움을 겪는 건
아이에게 그러한 증상이 있기 때문이 아니라,
증상만 고치면 될 거라는 생각에 증상만 보고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완치될 수 없는 건가요?'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지식으로도, 위로로도 드릴 수 있겠지만,
제가 이해를 돕고 싶었던 부분은 아이의 마음이었습니다.
내가 선택한 나의 성향이 아닌데,
어느날 갑자기 약을 먹는다고, 소독을 한다고 고쳐지는 상처가 아닌데,
부모가 나를 '치료해야 하는' 존재로 본다면 아이가 자신에 대해 어떻게 느낄까요.
자신은 어딘가를 고쳐야 하는 불완전한 존재라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아이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하고,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조절하거나 도움 받을 부분이 없는지를 함께 상의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안정감,
특히 부모님이 그렇다는 사실은
누구에게나 마지막 숨을 곳이 되는 안전가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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