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한켠에선 동요대회 나가는 아이들과 어른들 10여명이 노래연습을 하고
맞은편에선 5명 쯤이 앉아 관객 연기를 펼쳤다.
해가 어둑어둑 지고 남편은 퇴근하고 들어오고 있다 했다.
나는 저녁밥을 하기 싫어서
“나가서 밥 먹자고 할까...”중얼거렸다.
그때 누군가가
“우리 슈퍼에서 같이 라면 먹을까요?” 했다.
“음... 남편은 퇴근하고 왔는데 라면 먹고 싶어할 거 같지 않아요..”하는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3살짜리 도서관집 아들이
“라면? 나 라면 먹을래! 씻꺼서 먹을래!” 하고 치고 들어왔다.
졸지에 의사결정권은 막둥이에게 생겼다.
나는 “저희집은 상의해볼게요.” 했고
아이 엄마는 아이에게 설명을 시작했다.
“우리 회의할 거야. 회의해야 해.”
막둥이는 그럼에도 “나 라면 먹을래!”
“회의해서, ‘라면 먹을 사람~ 안 먹..’”
표결에 부쳐야 한다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진지한 얼굴로 야무지게 손 들고 “저요!” 외치는 바람에
웃음바다가 되었다.
이제는 라면을 먹어야 한다.
가족회의는 명목 상 걸어두고
‘일단’ 수퍼로 온 남편은
당췌 같이 먹는 게 왜 좋은지 알 수가 없다고 한다.
나는 조용히 캔맥주를 사서 바친다.
하필 카스밖에 없네...
하루를 그렇게 마친 대다수 아이들의 얼굴엔
행복한 웃음이 잔뜩 퍼졌다.
다같이 수퍼에서 먹은 사발면 덕분에
‘오늘은 정말 정말 행복한 날’이 되었다.
하지만 손녀가 사발면을 저녁으로 먹었다는 소식을 들은 뉘집 할아버지는
애 저녁을 라면을 먹였다며
엄한 엄마한테 한소리 하셨단다.
한 마디 말꼬리를 물고 물고 이어진
동네 수퍼 회식.
옛날 만화 한 장면 같아서 혼자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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