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역에서 남편이 픽업을 해준다 하여 만남의 장소에 앉아 기다렸습니다. 테이블과 의자가 일체형인지라 옆사람이 몸을 움직이면 전체가 흔들렸습니다. 반복적인 큰 움직임에 살짝 짜증이 나서 돌아보았는데 어떤 분이 열정적으로 수어로 건너편 분과 대화를 하고 계셨습니다.


순간 조금 죄송했습니다.
상황을 먼저 살필 걸.


대전에서 비교적 경제적으로 취약한 지역에 살아 그런지 모르겠지만 청각장애인 분들의 수어 대화도 자주 보고 지하철 안에서 반복적으로 걸어다니며 상동어를 중얼거리는 발달장애인들도 자주 봅니다.

제가 통계적인 정규분포 상의 정상상을 벗어난 사람들과 허물없이 잘 지내는 성향을 타고났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조금은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이유는, 모르면 일단 공부해서 이해하려고 하는 성향 덕인 듯 합니다. 이것은 마치 스포츠 경기를 재미있게 보고싶어 규칙을 공부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입니다. 누군가를 이해하고 소통하고 싶을 때 상대의 생각과 말과 행동을 알아보려고 하는 것이죠. 그리고 이런 욕구가 일어나도록 하는 환경으로, 자주 보고 만나는 배경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선한 의지와 합리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 중에 ‘사람이라면’ 하는 가정에 너무나 정형화된 모습만 세워두는 모습을 종종 봅니다. 주변에 고학력자들 중에 특히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수도권에서 나고 자라서 대학 이상의 학력을 가진 사람이라면(이성애자, 남성 등등 주로 주류가 되는 조건까지 덧붙일 수도 있겠습니다), 나의 세상이 얼마나 좁은지를 인식하면 좋겠습니다. 저부터도 그렇다는 걸 매일매일 느낍니다. 판사, 검사, 의사, 교사...사짜분들. 평범한 사람들의 중요한 삶의 순간을 다루는 많이 배우신 분들, 특히 더더욱 다양한 세상에서 살아보면 좋겠습니다. 살기가 어렵다면 공부하면 좋겠습니다.

저는 일단 자리를 옮겼습니다만, 무슨 대화를 저리 재미있게 하시는지 궁금했습니다. 하지만 알 길이 없어서... 엄청 즐거우시구나 하는 느낌만 안고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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