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스물일곱권째 책.
선량한 차별주의자. 김지혜. 창비.
쉽게 읽히지만 소화까지 쉽지는 않았습니다. 매 꼭지 넘어갈 때마다 내 안을 들여다보고 헤아리는 작업을 동반하게 되는지라, 당연히 불편합니다.
하지만 불편함이 나쁜가? 하는 질문을 하게 됩니다.
저자는 이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이제 이 심리적 부담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따라 상황은 크게 바뀐다. 부담을 준 사람을 탓할 것인지, 아니면 그 부담을 나의 책임으로 받아들일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
정말 결정해야하는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의 불평등과 차별을 직시할 용기가 있느냐는 것이다. 차별에 민감하거나 둔감할 수 있는 자신의 위치를 인식하며, 너무나도 익숙한 어떤 발언, 행동, 제도가 차별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으로 세상을 볼 수 있는가? 내가 보지 못한 차별을 누군가가 지적했을 때 방어하고 부인하기보다 겸허한 마음으로 경청하고 성찰할 수 있는가?
...
우리가 생애에 걸쳐 애쓰고 연마해야 할 내용을 ‘차별받지 않기 위한 노력’에서 ‘차별하지 않기 위한 노력’으로 옮기는 것이다.”
‘차별할 가능성이 있는 주체로서의 나’에 대해 질문을 던지니 당연히 불편함이 따라옵니다. 불편함에서부터 성찰의 가능성이 생기고, 불편해야만 이해가 넓어질 수 있습니다.
비단 남에 대한 문제만이 아닙니다. 내가 가진 무의식적인 차별 기준들은 나 자신의 자유도 앗아갑니다. ‘차별받지 않기 위한 노력’으로 나를 닦달하면서 나의 선택을 제한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주변 누구에게나 권하고 싶습니다.
차별과 관련된 책이라고 알려진 글들 중, 비유와 아름다운 문장으로 채워진 양서, 혹은 학술적이고 딱딱한 내용으로 채워진 베스트셀러는 끝까지 읽지 못했습니다. 사실 제대로 진입도 못했습니다. 그에 비해 이 책은 구체적인 현실을 소재로 쉽게 표현하고 있어 추천하고 싶습니다. 덕분에 열린 눈으로 끝까지 읽지 못한 책들도 다시 쥐어볼까 싶습니다.
선량한 차별주의자
김지혜 저
선량한 차별주의자들의 세상에서 평등을 외치는 당신을 위한 안내서 혐오와 차별은 잡초처럼 자란다. 조금만 신경 쓰지 않으면 온 사회에 무성해진다. 사람들은 때로 아주 작은 차별은 무시해도 되고, 심지어 다수에게 유리한 차별은 합리적인 차등이라고 이야기하며, 차별에 대한 문제제기나 시정조치를 역차별이라고 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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