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맘 먹고 친해지기로 한 대상 중에 그림책이 있었어요.
원체 문자를 중심으로 세상을 인식하는 편이기도 하고 시공간 정보에는 취약한지라(이런 제가 스무살 때 건축과에 입학했다죠... 외계인들의 나라...) 아이한테 읽어주면서도 그림책 맛이 뭔지 몰라 영 떨떠름.. 했어요.
올해 초 마을 도서관에 그림책에 관심 있는 엄마들이 모였고,
철암 도서관에 같이 갔을 때 박미애 관장님께 같이 그림책 이야기를 들은 후
눈이 번쩍 뜨였습니다.
올해 목표는 초보로서 그림책 많이 접하기!
도서관에선 ‘그림책 연구소’를 시작했고
시내에선 격주로 ‘그림책 읽는 엄마’ 모임을 꾸준히 했어요.
이제는 좀더 들어가볼까~ 싶던 차에
엑스북스 아카데미에서 ‘나도 그림책 작가다’라는 수업을 보고
신청해서 7회차 수업에 참여 중입니다.
작가가 되려는 마음은 전혀 없어요. 그림책이 마음을 잇는 좋은 매개라는 생각에 배우는 중이에요.
지난 번 과제가
내 인생에 영향을 준 그림책을 골라와 소개하는 거였는데,
고민하다가 제가 고른 책은
정진호 작가의 ‘별과 나’였습니다.
건축을 전공한 작가의 책이라니,
건축에 적응하지 못한 독자와의 재미난 인연이에요 ㅎㅎ
이유는 두 가지였어요.
첫째로는 나에게 ‘그림 언어’의 매력을 확실히 느끼게 해준 작품이라는 점.
이 책은 글 없는 그림책이에요.
처음에는 ‘이게 뭐여~ 껌껌한 데서 줄창 자전거만 타~’ 투덜투덜했는데,
친구의 도움을 받아 차분히 들여다보니
그렇게 풍부한 이야기가 들어있을 줄이야...
어둠 속에서 자전거 등이 고장나버리고
깜깜한 속에서야 보이는 세상.
비를 막아주고, 오르막에서 밀어주고, 길이 보이지 않을 땐 길도 깔아주는 별들.
그것들을 보게 되었을 때
다시 들어온 자전거등을 내 손으로 다시 끄는 장면.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장면이에요.
이 책을 고른 두 번째 이유와 연결됩니다.
어둠 속에서 등이 고장나면
나는 두려움에 먹혀서 화를 냈겠지.
반딧불이를 볼 수 있었을까?
별들을 둘러볼 수 있었을까?
발밑만 보다가 엉엉 울었을 거야...
불이 없어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도 있는데
나는 주로 불평하느라 못 봤던 것 같지...
하는 놀랍도록 객관적인 ^^;; 자기인식.
이런 이유로도,
내 손으로 등을 끄고 어둠과 별을 친구 삼는 이 장면.
짜릿한 순간이에요.
정진호 작가의 ‘위를 봐요’를 먼저 접했는데, 이 작품도 인상적이었어요.
작가 본인이 어려서 병원 생활을 오래 해서라고 들었습니다만,
담백하면서도 담담하게 다른 시선을 보여주는 매력에
빠졌습니다.
요즘 핫하기도 하시네요.
중년쯤~ 되어서 그런가,
글만 보던 사람 눈에 그림도 보이고
논리만 쫓던 사람 눈에 감정도 보이고
그러합니다.
뭔가 더 사람이 되어가는 느낌입니다.
별과 나
정진호 글그림
익숙하고 당연했던 것들 뒤에 가려진 아름다움우리가 미처 몰랐던 별빛 가득한 밤하늘의 세계『별과 나』에는 자전거 전등이 켜졌을 때와 꺼졌을 때 선명하게 대비되는 밤하늘 풍경이 담겼습니다. 전등이 고장 나면서 어쩔 수 없이 전등을 끈 채 달리게 된 주인공은 깜깜한 밤하늘 속 아름다운 별빛에 매료됩니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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